〈나랏말싸미〉는 2019년 조철현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이 주연한
역사 드라마 영화입니다.
조선 세종 시절 한글 창제의 숨은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문자 창제의 과정에 숨겨진 인간적 고뇌와 종교적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 기록에 근거하면서도 상상력을 가미해 ‘백성을 위한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보여줍니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인간적 서사로 풀어내며 언어의 힘과 소통의 가치를
묵직하게 전달한 작품입니다.
역사적 배경
영화 〈나랏말싸미〉는 조선 시대 세종대왕(재위 1418~1450) 이 한글을 창제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15세기 조선은 유교적 질서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언어와 지식의 중심은 한자였습니다.
한문은 당시 지배 계층인 양반만이 사용 가능한 문자였고 대부분의 백성은 문자를 읽거나
쓸 수 없는 문맹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지식의 독점’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백성과 국가 사이의 소통 단절을 심화시켰습니다.
세종은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그는 백성이 쉽게 익힐 수 있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훈민정음(訓民正音) 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한글 창제는 단순한 문화적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성리학적 이념이 국가 운영의 중심이었고 불교는 억불 정책으로 인해 탄압받고 있었습니다.
세종은 이런 정치적·종교적 긴장 속에서 문자를 만들겠다는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나랏말싸미〉는 바로 이 역사적 맥락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영화는 세종(송강호 분)과 불교 승려 신미(박해일 분) 의 협업을 중심으로
한글 창제의 과정을 재구성합니다.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신미의 존재는 실제 논란의 대상이지만 영화는 이를 상상력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한글은 단 한 사람의 위대한 업적이 아닌, 민중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산물” 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당시 세종은 극심한 시력 저하와 지병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들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과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 세종의 고뇌를 집중적으로 그립니다.
즉, ‘성군’으로만 기억되는 세종이 아닌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세종을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는 조선 사회의 종교 갈등을 중요한 축으로 다룹니다.
세종은 백성의 삶을 위해 종교적 금기를 깨고 불교 승려와 협력합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세종의 이 선택은 단순한 문자의 창제를 넘어 권력과 이념의 벽을 넘어선 혁신의 행위로 그려집니다.
결국 〈나랏말싸미〉의 역사적 배경은 한글 창제의 위대한 서사를 다루면서도
권력·지식·신념의 대립 속에서 탄생한 인간적 드라마로 확장됩니다.
이는 한글이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소통을 위한 혁명적 도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리뷰
〈나랏말싸미〉는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지만 동시에 역사 해석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한국 역사영화의 서사적 다양성을 확장시킨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세종을 인간으로 그린 시도입니다.
많은 작품에서 세종은 완벽한 왕, 현자의 상징으로 묘사되지만 〈나랏말싸미〉 속 세종은
인간적인 결함과 고민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건강이 악화되어 시력을 잃어가고 정치적 압박 속에서 고독하게 싸워야 하는 왕으로 그려집니다.
송강호는 특유의 절제된 감정 연기로 세종의 인간미와 고뇌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영화는 또한 언어의 철학적 의미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한글 창제를 단순한 문자 발명 과정이 아닌, ‘소통의 혁명’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세종과 신미 스님은 글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순한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의합니다.
“백성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나라가 된다”는
세종의 대사는 영화의 핵심 철학을 드러냅니다.
연출 측면에서도 영화는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조철현 감독은 전작 〈황산벌〉, 〈박열〉 등에서 보여준 역사적 사실과 인간의 내면을
병치하는 연출력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특히 어둡고 고요한 궁궐의 조명, 목판에 새겨지는 문자의 질감, 불경과 서책의 대비 등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작용하며 영화의 예술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다만,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서사 속도와 종교적 해석에 대해 다소 어려움을 느꼈다고 평가했습니다.
불교 승려가 한글 창제의 중심 인물로 등장하는 설정은 역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영화적 상상력의 영역과 역사적 사실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이 영화는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인간의 신념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나랏말싸미〉는 결과적으로 세종대왕을 신화적 존재로 묘사하지 않고 시대의 벽을 뛰어넘어
백성과 함께하려 했던 인간으로 그립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던지는 진정한 메시지이며 한국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이유입니다.
흥행 요소
〈나랏말싸미〉는 대중적 오락영화와는 다른 길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흥행 요소를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우선, ‘한글 창제’라는 소재 자체가 한국인에게 강한 감정적 울림을 줍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한국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세종의 인간적 서사뿐 아니라 우리 언어의 탄생 과정을 영화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주연 배우 송강호의 출연은 영화의 신뢰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그는 〈택시운전사〉, 〈기생충〉, 〈변호인〉 등에서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적 감정을
균형 있게 표현해온 배우로 〈나랏말싸미〉에서도 ‘지혜로운 군주이자 고독한 인간’으로서의
세종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축을 단단히 지탱하며 감정선에 깊이를 부여했습니다.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흥행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박해일은 불교 승려 신미로 출연하여 영적인 신념과 학문적 깊이를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전미선은 세종의 왕비 소헌왕후 역으로 출연해 세종의 내면적 갈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인물로서 섬세한 감정선을 전달했습니다.
〈나랏말싸미〉의 또 다른 흥행 요인은 비주얼과 사운드의 완성도였습니다.
영화는 전통적인 세트와 의상, 조명을 통해 15세기 조선의 분위기를 정교하게 재현했습니다.
한글 창제 장면에서 들리는 나무의 마찰음, 붓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그리고 승려들의 염불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사운드 디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그 주제의 보편성에도 있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사유의 기반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영화는 이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며 세대를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말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나랏말싸미〉는 대규모 상업영화처럼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철학적 깊이와 예술적 진정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한국어의 가치와 정체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이 영화는 다시금 교육적·문화적 의의를 지닌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결국 〈나랏말싸미〉의 흥행 요소는 단순한 관객 수가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언어의 철학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힘에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여전히 한국 영화사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